Mus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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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기분일지도 모르는
본 적도 없는 거기 당신!
이 왜 이렇게 그리운지 몰라

우리 꼭 살아남아서
마주쳤으면 좋겠어요

01. 조난 (SOS)
"너무 일찍 걸음마를 뗀 것 같아 걸음마를 졸업하면 말을 배워야 하고 말이 트이면 숫자를 알아야 하고 셈할 줄 알면 글자를 배워야 하고 쓸 줄 알게 되면 울지 않으면서 말할 줄 알아야 하고 혹은 뛸 줄 알아야 하는데 나아가서는 꿈을 가질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건 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다 너무 일찍 걸음마를 뗀 것 같아"

02. 들개 (feral dog)
"정처 없이 도망쳐온 곳은 영화관. 클리셰 맥거핀 미장센 몽타주 그래 다들 멋지다. 그래 그런 것들에도 모두 이름이 있지. 사람들은 그 아래 웃다가 울다가 한참 요란스럽다가도, 막이 오르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자리를 떠날 줄 안다. 그런 건 어디서 어떻게 누구한테 배워요. 나는 꼿꼿이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나, 새까만 화면, 자욱한 흰색 글자. 마지못해 상영되는 곳에만 내가 있다."

03. 나쁜 일기 (cursed diary)
"오늘은 울다가 영화관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울었다. 쪽팔린 줄도 모르고. 이제는 창피를 모르는 인간이 된 건가? 좀 더 나쁜 사람이 되어서 도착한 집. 그 역시 후줄근하여서 나는 좀 더 절망스러운 사람 또한 된다. 집이 거주인의 상태를 투영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이 너무 믿음직스러워서 화가 난다. 좀 많이 화가 난다. 오늘의 일기, 끝."

04. 가난한 내가 줄 수 있는 건 (icangiveyounothingbutlove)
"약속을 세 번 파투 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한국인은 세 번 까지라며... 그는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것을 잊은 모양이다. 자리에 앉은 지 2시간째. 붉어진 얼굴이 되어선 혼자서도 잘 떠든다. 울다가 웃다가, 한참을 요란스럽기에 너는 꼭 영화 같다고 말했더니 장르를 물어와 로맨스라고 대답해 주었다. why? 에는 cause I love you 로 응수하였다. 이내 그는 한결 가벼워진 얼굴이 되더니, 오늘은 자신이 사겠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땡큐."

05. 친구가 될지도 몰라 (We Might Be Friends)
"남겨진 나는 머물 수가 없어 다시 걷기로 했다. 약속을 두 번 파투 냈던 사람들이 있는 자리로. 몰약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궁상은 혼자 떠는 편이 나을 텐데. 왜 우리는 번번이 동료를 찾아 나서는 걸까. 어쩌면 나쁜 짓은 혼자 감당할 수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더 좋은 이유를 생각해 내고 싶었으나 대체로 별 볼 일이 없어 걸음은 점점 느려진다. 그러다 문득 누가 발치에 선다. 눈이 마주친다. 머리를 후줄근하게 묶은 여자. 멀쩡해 보인다. 저기요. 네. 인간의 고독이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세요? 뭐 이런 질문을 하지. 좋은 동료를 찾은 것 같다."

[CREDITS]

All tracks composed by 주이
All tracks Lyrics by 주이
Arranged by 주이(1, 2, 4, 5), 길거리현수막(2, 3, 4, 5)

Recorded by boar @ studio b (1,2,3,5), ourtepidstudio (4)
Mixed by 주이(1, 5), 진동욱(2, 3, 4)
Mastered by bk! at AB Room(1,2,3,4), 강은구(5)

Artwork by @duchamp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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