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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내가 갖기엔 너무나 귀하고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나 귀하게 느껴져 만날수록

나를 두렵게 만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생각해보면

너무나 한참이 지나버린 일인데도

지금까지 잊지도, 그리워하지도 못하며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가끔 오늘처럼 많이 마시게 되는 날이면,

찾아가봐야지, 가다 죽어도 좋을만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

죽지 않을 만큼만 마시고,

내 정신 따라 찾아가 봐야지 하면서도

그 사람 위해 참아집니다.

내 정신이 아니더라도 참아집니다.

나는 그 사람 언제 한 번

꽉 안아보지도 못했습니다.

꽉 안으면 부서져 버릴까봐

부서져 날아가 버릴까봐

조심조심 감싸 안으며

힘 한 번 마음만큼 줘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귀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주인이 아닌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그랬습니다.

그 사람 입술 깨물며 알아듣기도 힘든 발음으로

무언가 말하려 할 때 내가 그래 주었습니다.

버릴땐, 꼭 버려야 할땐 과감해지라고...

너를 위해 아무것도 못해주는 놈.

한 번 잡아볼, 맞서 싸워볼 능력도 없는 놈 때문에

네 마음 너무 고생시키는거 아니냐고,

그런 놈 때문에 이렇게 입술까지 깨물며

괜한 가슴칠 필요는 없는거라고...

그래놓고 이럽니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내 몸 하나

몇 년째 추스리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쯤 아마 아이를 낳을때가 된것도 같습니다.

한 때 서로를 위해 죽어도 줄 수 있다는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소식조차 전해들을 수 없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얼핏 생각해보면

예쁜 아이 한 명쯤은 생길때도 됐지 싶습니다.


이젠 누군가와 아침에 눈을 뜨는 일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을테고,

지난 세월의 흔적도 어느 정도 잊혀져

그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아이를 낳았다면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절대로 내가 바래볼 일이 아니라

무척이나 가슴아프긴 하지만,

그 사람 꼭 닮은 딸 하나만 낳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그 사람의 표정, 눈빛, 냄새, 성격을

꼭 빼다박은 사랑스런 여자 아이.

그 재롱 단 10분만이라도 내 무릎위에서 지켜봤으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소원이 없겠지만,

내가 지금 죽어도 일어나 줄 것 같지않은 일은

그 사람과의 그 일이 있은 후에

두 번 다시 바라는 습관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만 마시고 슬슬 일어나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