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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 집 앞으로 찾아가

불쑥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해도

화장기 없는 부시시한 얼굴로 나를 반겨줄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꽃집을 보고는

그녀가 떠올라, 기뻐할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한다발의 백합을 사들고 싶은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는 그녀를 위해서

한 시간이나 약속장소에 먼저 나가

그녀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점을 찾아 헤매이게 하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치앞도 보이지않는 폭우속에서

차안에 나란히 앉아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뜨거운 키스를 할 수 있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부담없이 술 한 잔 먹고 싶은 날에

아무 말없이 내옆에 앉아서 술잔을 따라줄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가 외롭고 힘들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을때에

제일 먼저 내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어 한시간 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를 싫어하지는 않되

나의 건강을 걱정하여 끊으라고 말해주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마지막회의 영화를 보고나서

먼 그녀의 집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편안히 집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생각하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가슴찡한 장면에 흐느끼고 있는 그녀를 위해서

손을 꼬옥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오는 날 함께 길을 걷다가

포장마차에서 파는 김치전이나 감자구이를 발견하고는

함지막한 미소를 지으며 먹고 가자고 손을 잡아끄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념이 될만한 나의 생일에 라이타를 사주면서

깜박잊고 라이타에 넣을 기름을 못샀다고 안타까워 하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다가 깜짝 놀라는 장면에

비명을 지르며 나에게 안겨올 수 있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식사를 하러 가는데에

내가 '어떤 맛있는걸 먹을까' 라고 물어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밥...!'이라고 말해주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녁때에 만나자고 하는 나에게 한참을 뜸들이다가

'이따가 봐서...'라고 만남의 여운을 안겨주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로버트 드니로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야' 라고 말하고는

그의 연기에 찬사를 보낼 줄 아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눈에 반하지 않되 절대 질리지 않으며

매번 만남을 갖을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화사한 장미처럼 화려하지는 않으나

수줍은 백합과 같은 미소를 보여주며

언제나 그 미소를 잃지 않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약속과 겹쳐버린 그녀와의 약속에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고는 나와의 데이트를 선택하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키스를 하자고 조르는 나에게 한참을 망설이다가

'한번만...'이라고 부끄러운 듯 수줍게 허락하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그녀가 내가 입는 옷의 사이즈를 모르지만

백화점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면서

어떤 옷이 가장 잘 어울릴까를 고민하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면은 한참을 거절하다가

'비싼 거 말고...' 라는 핑계아닌 핑계를 둘러대면서

아주 조그마한 열쇠고리를 갖고 싶다고 말하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몸이 아파서 며칠을 앓고 있는 나에게

하루에도 수십번씩 안부전화를 해서

나를 위로해 주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전화 목소리를 못 알아 듣고는

이 세상의 모든 죄를 혼자 다 짊어진 듯

연신 '미안해...정말 미안..해...' 라고 말해주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늦은 시간에 자기를 바래다주고 가면은 내가 너무 늦는다며

버스타고 혼자서 가겠다고 귀여운 고집부리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테이블에 의자보다는 온돌방에 다리뻗고 앉는 것을 좋아하며

함께 식사를 할때에 밥을 많이 먹지는 않되

내숭을 떨며 음식을 남기지는 않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이별을 한 뒤에도 얼마 안되어

나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고는

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헤어지면서도 '너한테 많이 잘못했어, 미안해...' 라고

나에게 사과를 해 괜히 내가 더 미안해지게 만드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이별을 한 뒤에도 내가 계속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고는

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헤어졌지만 내가 올리는 글들을 알아 보면서

나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려주는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애인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